어머니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기술의 숙련도는 높았지만, 감각이 너무 없어 형편없다는 평가를 달고 살았다.

아버지는 동화작가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호평을 받은 작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로라가 어머니의 생전 작품보다 자신의 작품을, 아버지의 동화보다 유명한 이야기를 사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능은 없었지만 부유했던 부부는 오로라를 귀하게 키웠다. 햇볕이 잘 드는 아름다운 저택, 아침마다 정원사가 손질하는 너른 정원,

매일 갈아입을 수 있는 새 옷, 동화책으로 가득찬 높은 책장…. 오로라는 옛 로맨스 소설에 나올법한 귀족 아가씨처럼 자랐다.

그러니 오로라가 스스로를 소설 속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자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누구라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만큼, 오로라는 황홀한 세계에서 살았다.

 

9살, 사고가 난 것은 순식간이었다.

          오로라와 함께 외출한 부모님의 차로 술 취한 운전자의 차가 들이받았다.

          부모님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사망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핸들을 꺾은 어머니로 인해 오로라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라의 할머니가 오로라를 돌보기 위해 저택으로 왔다.

          부모님을 잃은 충격으로 오로라는 슬픔과 우울에 심각하게 시달려야 했다.

 

10살, 오로라는 어머니의 작품들을 수선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대신할 상상 속 3명의 요정 이모들을 만들어 낸 것도 그쯤이었다.

            약해진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로라의 뛰어난 상상력이 오로라를 동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저주를 피해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오로라 공주. 신분을 숨겨야 하니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정 이모들과 할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으니 괜찮다. 오로라는 그렇게 망상을 키워갔다.

            망상 속에서, 요정 이모들은 오로라에게 여러 재봉 기술들과 감각을 가르쳤다.

            (실제로는 어머니가 생전에 가르쳐준 것들과, 오로라가 책에서 얻은 지식들이었다.)

 

13살, 오로라는 망상 속의 요정 이모들에게서 배운 지식과 기술들로 만들어낸 드레스로 '국제 패션 디자인 컨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사실 그 드레스는 공주인 자신이 운명의 상대를 만난 이후에 입을 예정이었으나….

            할머니의 제안으로 출품했다.)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온갖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각종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로라의 드레스에 환호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오로라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안달이었고,

            오로라의 인터뷰 영상은 항상 각종 사이트 메인에 걸려 있었다.

 

20살, 마침내 드레스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오로라는 버뱅크 연합으로부터 초세계급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초세계급의 칭호를 수여받은 이후에도

            부지런히 드레스를 만들면서, 널리 알려진 자신의 이름을 듣고 운명의 상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